업무가 사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칠 때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일이 내 개인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상사가 부탁하는 일일 수도 있고, 내 개인적인 업무를 위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진행하는 것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물론 내가 하는 일들이 사적인 부분에 아예 영향을 안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내 업무가 사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한가지 예로 직접 경험했던 것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당시 제약회사에서 근무하여 해외 출장을 앞두고 있을 당시의 일이다. 해외 지사에 있는 내가 전혀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는 직원분이 나와 내 동료에게 여러 의약품을 캐리어에 넣고 운반해주기를 요청한 일이 있었다. 대용량의 의약품을 해외로 운반하는 일은 불법이다. 다만 짐 검사를 모든 승객에게 하지 않고 복불복이라며 20개가 넘는 의약품을 실어올 것을 요청하였고, 나는 그 자리에서 안된다고 거절하였다.
당시 팀장님이 같은 회사의 동료가 부탁하는 일인데 들어주지 않았다며 질책을 받았지만 나는 그래도 끝까지 거절했다. 물론 누군가에는 내가 너무 꽉막히고 버릇없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불법인 행위를 내 이름으로 진행을 하면서까지 돕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약품 한 박스도 아니고, 내 동료와 나 각 각 10 박스 씩이었다.
또한 그 때 같이 부탁받은 동료는 해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으로 귀화하려고 한국 시민권을 신청해둔 중요한 시기로 만약 이런 불법행위가 걸려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경우, 시민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있는 직원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다고 정중히 거절 의사를 전달했고, 내 동료 역시 중요한 시기여서 이런 부탁은 들어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잘 말씀드리고 마무리 지었던 일이 있었다.
의약품 샘플은 사실 수출 신고/수입 신고를 통해 해외 지사에서 수령이 가능하다, 다만 송부할 시 드는 일주일이라는 시간과 수출/수입 신고 비용 (약 20만원)을 아끼기 위해 직원에게 불법 행위를 시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기에 거절했다.
사실 이 일은 해당 회사에 이직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라, 내 이미지가 보수적이고 꽉 막힌 아이로 첫 이미지가 굳혀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후 다른 업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다른 상사분들이나 동료분들과 허물없이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내 동료가 정중히 거절한 이 후이런 식으로 직원에게 불법인데 편의를 위해 요청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탁할 수 없도록 사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한국 문화에서 상사의 말을 무조건 잘 듣고 수렴하고 동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오래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내 의견이나 내 생각은 없고 무조건 윗사람 말만 따르는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불편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 일을 하게 되기 때문에 조금 언짢고 불편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거절하고 나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알아야 나도 회사에 적응할 수 있고, 회사/상사도 나에게 적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내가 공유한 이런 방식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업무가 사적인 부분에 영향을 받는 일들이 반복되고 이런 일들에 마음이 상하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 불만이 가득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면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이 어렵지 사소한 것부터 거절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편안해 진다.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상대방이 언짢을 까 봐 그 상대방이 상사여서 아니면 유관 부서의 동료여서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것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상대방도 그 순간에도 언짢을 지라도 우리를 이해할 것이니 솔직해지는 것에 너무 두려워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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