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달크 회사생활/Me, being me

직접 만나서 소통하고 판단할 권리

by Mei:Ree 202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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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서 소통하고 판단할 권리

뒷담화
Gossips

이 전 포스팅에 공유했듯 제약회사에서의 이직은 다른 필드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어렵지 않다. 그래서 이직을 정말 자주 한 편이었는데, 이직할 때마다 새로운 직장에서 첫 출근날 항상 있었던 일은, 누군가 나와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이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 팀 팀장, 팀원들의 특징(장점, 단점, 자녀 수, 이혼 이력 등등)을 미리 주루루 나열하며 알려주는 것이었다. 처음 그런 정보를 통째로 듣는 일을 겪었을 때는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전해 들은 내용들이 내가 미리 우리 팀장, 팀원의 성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되는 듯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들은 내용을 배재하고 그들을 바라보고 알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해 듣는 정보는 아주 자세했다. 어느 팀 차장님이 왜 아직도 결혼을 안 했는지, 언제 파혼당했는지부터 팀장님 성격이 안 좋은 이유는 작년에 무슨 일이 있었기 때문이고, 누구 팀 과장님 딸이 많이 아파서 그 과장님은 빨리 퇴근하신다는 등 이 모든 내용이 처음 입사하고 입사 교육을 받는 첫 주에 다 전해 들은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오지랖이 넓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런 이야기들을 처음 입사한 사람에게 전달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직을 하면서 점점 이런 자세한 얘기들을 듣는 것이 너무 불쾌했고, 그럴수록 새로 사람들을 만나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세 번째 직장(?)부터는 누군가 다른 직원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려고 하면 정중히 대화를 끊고 다른 얘기를 하자고 말씀드렸다.

 

"제가 귀가 얇은 편이라 이렇게 얘기를 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저희 팀장님을 제가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스스로 만나서 소통하고 같이 근무하며 판단할 기회를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이렇게 얘기를 하면 얘기를 하려고 했던 당사자는 매우 무안해하고 어색해하며 그 후 며칠은 나와 매우 서먹해지기도 한다. 본인이 어떻게 보면 뒷담화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내가 시작도 전에 잘라버린 게 되니 말이다. 그래도 여러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미리 알면 좋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불편해하고 베프가 될 권리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팀원들이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던 팀장님과 나는 베프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그들이 내 성격이나 성향을 모르는 상태에서 전달해주는 내용은 나에게 그다지 득이 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모두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한 후 같은 팀원끼리 팀장님에 대해 어려운 부분, 불편한 부분에 대해 소소하게 이러저러 얘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건 마치... 언니와 내가 부모님에 대해 불편한 점을 이러저러 논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루머, 뒷담화를 겪지 않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그것을 통해 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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