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다고 자만한 임산부였다
맘카페를 통해 다양한 임산부들의 겪는 어려움과 고통들을 자주 읽고 나 자신과 비교하긴 했는데, 지금 출산 후에 생각해도 나는 다른 임산부들에 비해 정말 수월하고 쉽게 뱃속의 아기들과 생활을 했다.
이 전 포스팅에 공유했듯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할 정도로 별로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했었다. 물론 코로나19에 위험하다며 임산부만 재택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셔서 더 편안하게 근무를 했을 수도 있지만 정말 어려움 없이 임신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병원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2주마다 병원을 방문할 때도 단태아 산모보다 너무 건강하다며 경부 길이도 길고, 몸무게만 더 찌지 않도록 주의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해주셨고, 모든 임산부가 두려워한다는 임당 검사 역시 너무 건강하게 당연하다는 듯 통과했다.
너무 자만했던 걸까... 32주 하고 1일이 되던 날 아침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는데 몸이 너무 안 좋았다. 아기들이 갑자기 커져서 몸이 불편하다 뻐근하다의 느낌이 매일 아침 조금은 있었지만, 그날 아침 느낀 기분은 뭔가 몸에 다른 문제가 생긴 느낌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왼쪽 등 뒤가 묵직하게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인 듯하면서도 날카로우면서 뜨거운 통증 같은 것이 몸을 통과하는 기분이었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충고에도 물을 잘 안 마셔서 방광염이라도 생긴 것일까 하는 생각에 물을 한껏 마시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뭔가 통증이 점점 강하게 다가왔다.
부모님이 다행히 신혼집에서 가까이 거주하고 계셔서 부모님과 가까운 응급실로 향했고, 임산부이기에 할 수 있는 조치가 특별히 없고 타이레놀만 처방해주고는 주치의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할 것을 권유받아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너무 강한 통증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결국 병원에 도착해서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다. 그렇게 부모님에게 뒷모습만 보인체 병원 처치실로 들어갔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호자가 함께 있을 수 없었기에 그 후 긴 시간 동안 부모님이나 남편을 볼 수 없었다. 남편과는 결혼 후 정말 제일 길게 떨어져 있던 시간이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 입원하여 5일 동안 입원했었는데, 4시간마다 진통제를 맞아야 할 정도로 진통제 없이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고통이 이어졌다. 진통제를 계속 맞으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안 좋을까 라는 생각에 안 맞고 견디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오한이 오듯 몸이 너무 떨리고 식은땀이 흘러 의사 선생님께서 내가 너무 큰 고통에 있으면 아이들에게 너무 안 좋다고 하셔서 결국 계속 진통제를 맞았던 것 같다. 진통제를 또 너무 맞아서 부작용으로 하루는 하루 종일 구토와 어지러움증에 시달렸고, 하루는 너무 부어서 걸을 수 없게 되었었는데,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전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좀 더 큰 대학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받았다.
결국 대학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었고, 그곳에서도 이틀 간은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임산부이기에 엑스레이 촬영은 불가능하였고, 초음파와 MRI 촬영을 진행하여 신장에 염증 소견이 있는 것으로만 확인했는데, 정말 특이했던 것이 열이 전혀 나지 않아서 염증 수치는 높은 데 왜 그런지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했었다. 세 병원 모두, 다양하고 많은 의사 선생님들도 답답해하실 정도로 나는 극심한 통증에 10일이 넘게 고생했지만 원인은 퇴원할 때까지 찾을 수 없었다. 아직도 병명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기들이 신장이나 요관을 눌러서 소변이 신장에 싸이게 되어 통증을 유발했을 수도 있고, 신장결석이었어서 통증이 있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입원했던 대학병원에서 갑자기 어느 날 통증이 기적처럼 사라져서, 염증 수치가 가라앉을 때까지만 입원을 추가로 했다가 퇴원했는데, 퇴원 후에도 물을 자주 마시며 신장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주의해야 했다. 통증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아이들이 누르고 있다가 자리를 바꿨을 수도 있고, 결석이었는데 빠져서 갑자기 안 아플 수도 있다고 얘기해주셨는데 정말 너무 궁금했다. 이 때의 통증이 너무 심각하게 아팠기 때문에 나중에 양수가 터지고 나서 진통이 시작될 때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고 제왕절개를 한 후에도 별로 통증이 안 느껴져서 무통주사 하나 맞지 않고 퇴원했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통증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한국말을 못 하는 남편 덕분에 더욱 고생한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고, 한국말을 못 하기에 질문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직접 병원에 전화를 할 수 없었던 남편이 너무 가여워서 문자가 오면 최대한 괜찮다고 답변을 하려고 했는데, 남편은 내가 입원했던 그 시기가 본인이 가장 마음이 아픈 시기였다고 한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쌍둥이 임산부인데도 너무 건강하다고 자만하면서 하루하루 쉬지도 않고 일을 하며 달려왔는데, 결국 퇴원하자마자 출산 휴가를 바로 신청해야 할 정도로 많이 몸이 쇠약해졌고, 푹 쉬어야만 몸이 회복될 것 같이 힘들었다. 만약 다른 임산부들이 내 글을 읽는 다면 절대 건강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꼭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 그리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며 임신기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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