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ily life in Rep. Korea/Mini-me & Mini-U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게 해 줘

by Mei:Ree 202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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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고 싶은 걸 먹게 해 줘? 

임신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면 주변에 임신한 지인들에 비해 정말 편하게 지나갔던 것 같다.

입덧이라는 것도 그냥 어떤 특정한 향을 맡으면 기분이 언짢다. 싫다.

정도였지 메스껍거나 토하거나 어지럽거나 하는 그런 증상 하나 없었다.

 

그래서 입덧은 없다고 너무 자신했던 걸까..

한 10주 정도 되었을 때 몸에 기력이 하나 없고 잠이 계속 쏟아지던 그때였다.

남편이 임신 시간에 꼭 마셔야 하는 음식이라며 중국에서 임신하면 많이 마시는 국이라며

한국에서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 텐데 혼자 말도 안 통했을 텐데 시장이며 마트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재료를 구해왔고 끓여줄 테니 꼭 꼭 마셔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하고는 시간을 내어 주말에 

임신할 때 마시는 그 좋은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우선 재료를 공유하자만 이 국에는 우럭, 토마토, 생강, 감자가 들어간다.

그 외에는 간이 되어있거나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국이다.

 

다른 임신한 분들도 같은 경험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사실 이 국을 다른 데서 끓여다가 나에게 줬으면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주말 내내 10시간이 넘도록 이 국을 고아서 끓였고,

그 냄새를 주말 내내 마셔야 해서, 그동안 겪지 않았던 입덧이 찾아와 너무 어지럽고 메스꺼워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미리 남편에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주방에서 몇 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면서 국을 끓이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냄새도 너무 싫고 못 먹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고,

 

밤이 다 되고 나서야 완성된 국을 한 사발이나 만들어서 내 앞에 놓아주었는데

정성을 생각하여 꿀꺽꿀꺽 넘기고는 바로 넘어오는 기분을 누르고 또 눌렀다.

 

"어때?"

 

"응 건강한 맛인데 미안하지만 내 속에서는 안 받아서 못 먹겠어 정말 미안해"

 

남편이 정말 너무너무 속상한 표정이었지만.. 

그 생선 비린내와 토마토와 생강이 섞인 그 오묘한 맛은.. 지금 출산 후에 이 글을 쓰고 있지만 흠..

지금 준다고 해도 사실 마시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신혼집으로 부모님이 찾아오신날 우리 순수한 남편은 

'내가 아내를 위해 이걸 끓였어요~'라는 식으로 자랑하기 위해 국을 엄마에게 마셔보라고 줬고

 

엄마가 몰래 내 곁으로 와서... "뭔가 없던 입덧이 생기는 맛이야"라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뭔가 한약도 아니고, 쌍화탕도 아니고, 지리도 아닌 그런 맛이다.

사실 캐나다에서 살았을 때 중국 음식점에서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지만 어쨌든...

임신 이후 그 국은 이제 먹지 못할 것 같다.

 

그 후에도 남편은 끊임없이 나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노력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국 사람들은 임신했을 때 먹고 싶은 것 당기는 것을 먹기 위해 노력한다.

입덧 때문에 먹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니까 아마 먹을 수 있는 것을 먹는 게 굶는 것보다 나아서 인 것 같다.

 

근데 남편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남편 가족들은 임신해서 본인 몸에 안 받아도 

건강한 음식이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그때 끓여준 국이라든가 야채 수프라든가...

내가 임신 전에도 역해서 먹을 수 없었던 많은 음식들을 먹어야 한다며

남편이 정말 다양하게 준비해줬고 나는 정말 매번 역한 기분으로

조금씩밖에 그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 2주가 흘렀을 까..

너무 속이 역하고 먹고 싶은 것도 없을 때, 물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은근 입덧하는 임산부들에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라고 들었다)

남편이 찬 음식이라고 절대 못 먹게 하는 바람에 물냉면 육수라도 사서 마시려고 

편의점에 가서 사다 먹었는데 

이 일화를 언니에게 얘기했다가 남편이 언니에게 미움을 살 수밖에 없었다.

아마 입덧하는 동생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못 먹게 하는 제부가 미웠던 게 아닐까?

 

결국 임신하는 동안 먹는 습관, 먹는 것에 대해 남편과 제일 많이 부딪히게 되었고,

다행히 우리 부모님 그리고 우리 친구들과 가족들이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하면서

결국 내가 원하는 음식들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이 중요하다고 믿는 채소 권장량은 결국 녹즙을 시켜서 괴롭지만 하루 권장량에 맞추어

마시는 것으로 그리고 필요한 영양소가 있다면 영양제로 먹기로 같이 의논하여 결정했다.

 

임신한 기간 동안 정말 집안일도 하나도 못하게 하고 어디 잠깐 집 앞에 나가도

가방도 들어주고 항상 부축해주고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챙겨주는 남편이

음식 하나에서 너무 꼼꼼히 결정하고 간섭하는 바람에

입덧이 제일 심했던 8-15주까지는 정말 신혼 때도 안 싸운 만큼 많이 싸우고 서운해하고 했었던 거 같다.

하루에 커피를 4-5잔씩 마시던 커피 중독자였던 내가 조금이라도 카페인이 들었을 까 봐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도 안 먹고

단 케이크들도 좋아했었는데 그 또한 먹지 않고 내 기준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남편 기준에서는 임신기간 동안 나와 우리 아기들 건강을 위해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최선을 다했다.

 

정말 먹는 것 때문에 많이 다투고 스트레스받았지만,

그래도 내 건강과, 우리 아기들 건강을 위해 남편이 많이 공부하고 찾아서 꼼꼼히 챙겨준 거라

내 건강이 어떻게 되는 관심이 없는 남편보다는 훨씬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임신한 기간 동안 서운하게 하면 아내의 기억에 정말 평생 남는다고 하던데,

서운한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는 물냉면을 못 먹게 했던 것과,

그 미묘한 중국 국을 계속 먹으라고 했던 그것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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