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
점점 활발해지고 사람(?)이 되어가는 아기들 덕분에 너무나도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취미이자 하루의 일과도 생각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작은 일이지만 큰 힐링을 주었던 이 간단한 일조차 즐길 수 없다는 게 가끔은 슬프면서도 하루하루 아기들이 주는 피곤하고 어려운 하루가 감사하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뭔가 남편과의 사랑, 연애 그리고 결혼생활에 대해 기록하는 게시판인데 너무 서론이 길었다.
당신 감정이 있기는 해? 로봇이야?
우리 남편은 정말 한결같은 사람인 것 같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피곤한 일이 있어도 화가 나도 슬퍼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을 꼭 해야 하는 사람, 코로나가 찾아와도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본인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해 놓고 쉬어야 하는 사람이다. 결혼 전에는 몰랐던 그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너무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화가나는데도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평소와 같이 할 일을 다 해놓지? 왜 아파서 열이 펄펄 나는데 쉬지도 않고 왜 저러지?' 처음에는 저 사람은 감정이라는 게 있는 건가, 로봇인가라고 느낄 정도로 이성적인 면만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가 회사에서 일찍 왔잖아
다른 아내분들이 들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귀찮거나 어렵지 않다. 아기들 재우고 하나하나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 아닌데, 임신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95% 집안일을 전담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화가 나도 그는 집안일을 한다. 결혼한 친구들 모두 대단하다고 부럽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남편에게 바라는 것이 액션으로 도와주고 서포트하는 애정표현보다는 말로 표현해 주는 것을 원하는 타입이다.
얼마 전 평소보다 아기들이 너무 보채고 같이 너무 싸우고 투닥거리던 날이 있었다. 덕분에 아기들을 너무 안고 있어서 손목과 어깨 그리고 허리가 다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날이었는데, 몸이 쑤시고 아픈 건 원래 매일 있는 일이니까 남편이 고생 많았다고 힘들었지?라고 위로해 주길 바랐다. 중간중간 문자로 그에게 하루에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는지 카톡을 보내곤 하는데 그날 유난히 너무 힘들다고 애들이 많이 보챈다고 문자 했더니 아무 답이 없던 그가 평소보다 한 시간 집에 일찍 왔다. 도착하자마자 옷만 대충 갈아입고는 아기들 저녁을 해서 먹이고, 비타민도 챙겨 먹이고, 양치시키고, 수면 책도 읽어 주고 아기들을 재워줬다. 남편이 아기들을 재우는 동안 밖에서 설거지를 하고 어지럽혀져 있는 장난감들을 치우고 있었는데 남편이 나와서 왜 정리하고 있냐고 나를 보자마자 신경질을 내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남편은 손목이 아픈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장난감 박스를 들어서 옮기고 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고 했다. 속상하면 화내는 스타일, 잘해주고도 꼭 욕먹는 내 남편. 본인도 회사 다녀오자마자 아기 둘 동시에 보느라 피곤할 텐데 같이 빨리 치우고 쉬면 될 것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본인이 다 할 테니 쉬라며 신경질을 내는데 갑자기 너무 짜증이 났다. 내가 원하는 거는 "고생했어 애들이 왜 그랬지? 오늘 너무 보채서 힘들었겠다".라는 위로 하나면 되었는데 왜 갑자기 힘든 하루를 보낸 나에게 신경질을 내는지 괜히 서러워서 눈물이 날 듯했다. 그래서 왜 신경질 내냐고 그냥 위로만 해주면 되는데 그거 하나 못하냐고 그랬더니 날 위해 회사에서도 일찍 퇴근해서 급하게 집에 왔는데 왜 그런 면은 몰라주냐며 오히려 화를 더 낸다.
꼭 안아주고 수고했어 고생이 많아라는 말 한마디
부부싸움을 칼로 물 배기라고 하던데 매번 이런 비슷한 류의 갈등으로 투닥투닥거리다가 미안하다며 우리 모두 고생이 많다며 서로 토닥이며 끝나는 편이다. 남편이 날 위해 하는 애정표현은 내가 쉴 수 있도록 내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본인이 피곤해도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것이고 나는 남편이 "아이고 애들이 많이 어지럽혔네 치우기 힘들었겠다, 아고고 애들이 밥을 잘 안 먹었구나 오늘내일은 좀 더 다른 음식을 먹여보자" 등등 말로 우쭈쭈 우쭈쭈 해주길 원하는 것 같다. 우리 남편에게 말로 애정 표현을 듣는 건 아마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매번 남편에게 토닥토닥 수고했다고 해달라고 애정표현을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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