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ily life in Rep. Korea/My sweet&sour relationship

프로포즈를 받던 날

by Mei:Ree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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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를 받던 날

프로포즈 반지
결혼 반지

한국의 경우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남자 친구가 프로포즈를 하는 경우가 많고 외국은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 전에 남자가 정말 서프라이즈로 프로포즈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케이가 외국인인데도 불구하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는데도 프로포즈를 안 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아마 내가 먼저 결혼 얘기도 꺼냈고, 결혼 준비도 내가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나도 내가 이런 성격일줄 몰랐는데, 프로포즈를 못 받는 것에 애타고 억울하고(?) 짜증이 차 오르고 있다가 이제 포기, 소강상태에 머물렀던 어느 날 프로포즈를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날 프로포즈를 받았다. 워낙에 그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지라 거의 포기 상태였고, 그냥 이제 기대를 하지 말아야 지하는 기분이 컸나 보다 언니가 아침에 한참 케이가 프로포즈 할꺼라며 놀리고 힌트를 줘도 잘 감이 오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정말 사랑하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라 기분도 매우 다운된 시기를 겪고 있었고, 무엇을 해도 울쩍한 그런 나날들이 이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가 갑자기 작은 마을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자고 해서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기분을 풀어주려고 하나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낙성 공원, 성곽이 주욱 이어지는 곳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주변에 사람도 없고 뭔가 우리가 그 장소를 다 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늦은 오후에 도착했기 때문에 해지는 것도 보고 뭔가 쌀쌀했지만 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마음이 드는 그런 분위기였다. 해가 지고 있으니 점점 더 추웠는데 케이가 뒤에서 꼭 안아주면서 해를 지는 모습을 보니 너무 로맨틱했다. 해지는 모습을 뒤로하고 사진도 다양하게 찍고 갑자기 옛날에 처음 만났던 시절 얘기도 하면서 그런 뭔가 기분이 몽글몽글한 분위기의 시간을 보냈다. 

너무 추워서 옆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서 차를 구매 후 지하에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갑자기 케이가 머뭇 머뭇 나를 만나서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가 만나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런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갑자기 엄청 감성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케이가 보통 진지하게 좋았던 시절 얘기를 할 때면 보통 잔소리를 하려고 할 때 좋은 것들을 먼저 얘기하는 성격이라, '뭔가 내가 크게 잘못했거나 케이가 서운한 일이 있었나?' 하며 속으로 요며칠 내가 대화를 하면서 실수한 것이 있는지 머릿속의 회로를 돌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Anyways" 라고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뒤로 밀길래 '응? 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무릎을 꿇더니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Will you marry me?"

케이의 얼굴을 보고 반지를 보고 정말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다.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막 마음을 졸였던 지라 실제로 일어나면 별로 감동을 받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매우 감동을 크게 받았다. 그냥 케이가 이제 정말 내 사람이라는 것도 좋았고 다 너무 좋았다 너무 신났다. 하나하나 다 기억나는 행복한 추억이 오랫동안 간직되었으면 좋겠다며 그날은 잠도 못 이루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곱씹었다.

 

다른 친구들이 프로포즈 받은 날 후기를 들으면 다양한 선물과 꽃다발과 그리고 호텔방과 화려한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프로포즈는 정말 딱 케이의 성격대로 단조로웠다. 담백한 그런 느낌, 그런 게 너무 좋았다. 그가 준비한 게 너무 티가 나는 그런 프로포즈여서 그랬을까? 카페에 우리 둘이, 공원에 우리 둘이, 둘 만의 공간에서 그렇게 프로포즈를 받아서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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