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에게 네가 제일 소중해
K가 날 친구로만 생각한다는 확신이 들 그 시기쯤...
스스로 그에게서 멀어져야겠다. 마음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먼저 연락을 하거나 만나자고 제안하지 않았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싶었다. 그래야 태어나서 처음 느낀 이 설레고 복잡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 약 세 달이란 기간 동안 K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먼저 연락했다.
내가 왜 요즘 연락이 없는지 회사에서 또 괴롭힘을 당해서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닌지,
야근이 너무 많아서 고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치 엄마가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타지에 있는 딸을 걱정하듯
내가 별 연락이 없어도 하루하루 연락하며 나의 안녕을 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본인의 대화에 점점 관심이 없고 오히려 다른 친구들을 자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K는 내가 정말 바쁜 게 아니라 본인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야근해야 해서 바쁘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둘이서 얘기하고 싶다며 피곤하겠지만 집 앞 카페에서 기다리겠다며 한 시간 반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는 우리 집을 찾아왔다.
거의 두 달만에 그를 만난 것이었다.
그는 만나자마자 내 안색을 살폈다.
"요즘도 야근이 많은 거야? 커피 다시 많이 마시고 그러는 건 아니지? 얼굴이 많이 상한 거 같아"
또다시 심장이 쿵쾅쿵쾅 나대기 시작했다.
나대는 심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앞에 있는 커피잔만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느끼기에 네가 날 피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만약 내가 널 불편하게 했거나 잘못한 게 있다면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바빴어서 그렇다고 하지 마 네가 다른 사람들은 아무 문제없이 시간을 내어 잘 만나고 있다는 거 알아, 분명 나와 불편한 게 있는 거야 나한테 꼭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뭔가 그의 차분한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멀어지려고 노력해도 매일매일 연락하고 심지어 이렇게 집 앞까지 찾아오는 그 때문에 정리가 안 되는 내 마음이 짜증 났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거기서 눈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가 매우 당황한 듯 서둘러 냅킨을 집어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너 좋아했었어. 근데 네가 날 너무 친구로만 대하고, 날 알아봐 주지 않아서 난 너랑 멀어지려고 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어"
그의 당황했던 표정이 더욱 사색이 되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한 참을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울고 있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결심한 듯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난 살면서 너 같은 친구를 가져본 적이 없었어. 난 만약 너와 연애를 해서 가장 좋은 친구를 잃게 될까 봐 걱정돼. 지금 나한테 네가 제일 소중해"
어색한 정적이 맴돌았다.
무슨 뜻일까.. 나 같은 사람은 그의 삶에 없었다는 내가 좋다는 뜻일까, 아니면 좋은 친구를 잃게 될 수는 없으니 너와 연애는 아니야. 거절의 뜻일까...
한참 고민을 하다 K에게 말했다.
"난 이미 너랑 친구는 하고 싶지 않아. 너랑 전처럼 가까운 친구는 될 수 없어"
"난 널 잃고 싶지 않아. 네가 원하는 게 연애라면 그래, 그럼 우리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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