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요? 쌍둥이가 가능해요?
임신이라는 것을 알고 8주 차 되던 날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원으로 옮겨 처음 정밀 검사를 받으러 갔다.
담당 교수님을 만나기도 전에 각종 검사를 받게 되어있어서 피검사, 소변검사, 마지막으로 초음파를 보게 되었다.
추천한 큰 병원에서 초음파를 보기 2주 전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심장소리를 확인했었기에 또 그동안 얼마나 커져있을까.. 궁금하고 걱정도 되고 한 마음이었다.
임신 초기에는 질 초음파로 초음파를 보는데 그 불편한 느낌은 매번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찝찝한 이질감에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초음파를 보던 선생님이 당황한 기색이다.
"어! 흠.. 어.. 뭐지?"
너무 걱정이 되었다...
"네 뭐가 이상한가요?"
불안한 마음에 물어보았는데... 초음파를 보던 선생님은 보던 것을 멈추고 갑자기 장갑을 벗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잠시만요, 다른 선생님 좀 불러올게요"
'아... 뭐지....? 무슨 일이지?'
너무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 초음파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그 약 2-3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무섭고 불안했던 Top 10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아기 심장소리가 안 들리는 걸까..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워낙에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초음파 선생님의 본인의 선배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머리에 펼쳐졌고 배 위 쓰다듬던 두 손이 부들부들 나도 모르게 떨려왔다.
잠시 후 초음파 담당하던 선생님보다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선생님이 오시더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다시 한 번 초음파를 확인해야겠다고 하셨다.
그러더니 잠시 후...
"어, 트윈이네요? 쌍둥이, 전에 병원에서 말씀 없었어요?"
"네?????"
쌍둥이라니.. 쌍둥이라니!!!!
내가 쌍둥이인데.. 쌍둥이가 쌍둥이를 가질 수 있나?
쌍둥이는 한 대를 건너서 나오는 거 아니었나?
머리가 하얘지며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자 여기 한 명 심장소리고요~"
쿵쾅쿵쾅 크게 방안에 울려 퍼지는 심장소리... 너무 떨고 있었기 때문에 내 심장 소리는 아닌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다른 한 명.. 심장소리도 들어보죠"
쿵쾅쿵쾅 또 한번 크게 울리는 심장소리..
아무런 대답도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아마 너무 놀라서 그랬던 것 아닐까?
"일란성쌍둥이인 거 같네요, 자세한 건 교수님 뵙고 들으시길 바랄게요,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뭔가 얼떨떨한 마음에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는 남편과 엄마를 보자 참았던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엄마랑 남편도 정말 놀랬을 것 같다. 내가 보자마자 눈물을 마구 흘렸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손에 쥐고 있던 초음파 사진을 엄마와 남편에게 건네며
"트윈이래요 트윈"
이라고 얘기하자 엄마와 남편 둘 다 사색이 되었다.
아마도 우리 엄마는 쌍둥이 육아를 또 한 번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하셨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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