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산이고 쌍둥이라 고위험 산모예요
내가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8주 초음파 후에 알게 된 쌍둥이 임신..
내가 쌍둥이인데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놀라웠다.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에서 처음으로 가게 된 큰 병원, 그리고 거기서 처음으로 뵙게 된 산부인과 교수님은
고위험 산모 전문 산부인과 의사 교수님이셨다.
지금부터 블로그에 남길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이야기이며 절대 해당 교수님을 나쁘게 표현하려고
남기는 글은 아니다. (다만, 부정적인 성격인 나와 안 맞으셨을 뿐..)
내 성격을 잘 아는 지인들은 아마 알 것이다 내가 얼마나 걱정이 많은 사람인지를..
친구들이 갑갑해할 정도로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이 나의 제2의 직업이라고 생각일 정도로
난 미리 걱정하고 그 성격 덕분에 뭔가를 하려고 결심하고 도전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전하기 전에 미리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듣고 찾아보고 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렇게 부정적이고 걱정이 많은 나에게 고위험 산모 전문 교수님을 붙여준 것은 정말 안 좋은 콤비였다.
우선 첫날 초음파를 통해 쌍둥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처음으로 교수님을 뵈었을 때 말씀하셨다.
"노산이고, 쌍둥이어서 내가 할 얘기가 많아요"
이게 교수님의 첫마디였다.
처음에는 주의할 점 그리고 뭐가 중요한지를 위주로 말씀해주시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으나..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교수님은 내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쌍둥이를 유산할 확률이 몇 퍼센트고 일란성이기 때문에 한 명이 문제가 있을 때
다른 한 명도 같이 문제가 있어서 죽을 확률이 몇 퍼센트고 쌍태아 수혈 증후군이 나타날 확률이 몇 퍼센트고
그것으로 한명 혹은 두 명 모두가 죽을 확률이 몇 퍼센트고, 다운증후군이나 유전병에 대해 검사하는 것이
쌍둥이의 경우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 나이 때문에 다운증후군 쌍둥이가 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이고,
나이가 많은 쌍둥이 산모로 임신중독증이 걸릴 확률이 몇 퍼센트라고......
지금으로부터 있을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결과에 대해 약 5분 동안 얘기해주셨다.
쌍둥이라는 것이라는 걸 알자마자 차마 좋아할 기회도 갖기 전에 나는 내 나이 때문에, 내가 쌍둥이를 가졌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얘기를 다 듣고 손이 나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한 명을 임신한 줄 알고 병원을 갔을 때 느꼈던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께 좋은 말씀만 듣고
주변 분들에게서 축복받고 마냥 기쁘던 그런 기분이 아닌 지금부터 내가 주의하고 걱정해야 할 미리 공부해야 할 숙제들을
한꺼번에 듣고 두렵고 걱정이 되고 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기분이 더 안 좋았던 이유는 외국인인 남편이 같이 병원에 방문하였기에,
그 교수님이 부정적으로 나열했던 안 좋을 수 있는 결과들에 대해 그 자리에서 바로 통역을 하여 남편에게 알려줬어야 했고.
바로 통역을 하면서 내가 설명을 하고 있으니 뭔가 그 안 좋은 이야기들을 바로 흡수하고 되새김질하면서
기분이 더더욱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뭔가 더 내가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현실화가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 후에도 해당 교수님 덕분에 나는 병원에 가기 전 날이면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많은 산모들이 임신 기간 중 하나의 큰 이벤트라고 생각하는
12주 차에 하는 목 투명대 검사(1차 기형아 검사)가 있던 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너무 겁을 주셨고... 쌍둥이들이 움직여서 정확하게 측정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도 하셨기에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예쁜 쌍둥이들이 옆으로 정확하게 누워서 측정도 가능했고, 결과 역시 정상으로 나와서 정말 너무 기뻤는데,
그 기쁨을 한 시간도 체 느끼기도 전에 교수님이 NIPT(태아 DNA 선별 검사) 검사를 추가로 받을 것을 권유하셨다.
사실 대부분의 쌍둥이 산모들이 해당 검사를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쌍둥이들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님께 쌍둥이들은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고 목 투명대 검사도 정상이 나왔기 때문에 받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말씀드렸으나,
이번에도 역시 교수님이 내 나이를 언급하며 그래도 받는 게 맞다고 말씀하시며 또 다른 유전병 위험성에 대해 열렬히 설명하셨고
남편과 나는 목 투명대 검사가 정상으로 나와서 좋았던 기분을 느끼지도 못하고 NIPT 혈액검사를 받으러 검사실로 향해야 했다.
NIPT 검사 가격은 45만 원 정도 지급했다. 정말 너무 아까웠다.
NIPT검사 결과 역시 정상. (지금 생각해도 정말 돈이 너무너무 아깝다 ㅠ)
NIPT검사 결과를 듣고 집에 오는 길 나는 정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너무 겁을 먹었었고 걱정이 되었다가 긴장이 풀려서 더욱 그랬었다.
병원에 가기 전에 꼭 긴장해야 했고, 병원에 다녀오면 안심이 되어 눈물이 흐르기를 반복했어야 했다.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안 그 순간부터 한 번도 기분이 좋고 기쁜 마음으로 지낼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의 병원 방문 후 남편이 담당 교수님을 다른 분으로 바꾸는 건 어떻겠냐고 하여 우린 새로운 교수님으로 변경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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