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데이트하지 않을래?
내가 나도 모르게 나의 진심을 그에게 무의식 중 뱉은 말이었다.
매우 늦게 온 사춘기 (한 육춘기 정도 되나 보다..)로 힘들어하며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그만둔 것을 금방 후회했다.
백수라는 것이 우울했지만 그 우울함도 뭔가 쿨하게 즐기는 척하던 그 어리석은 시절, 우연히 K라는 아이를 알게 되었다.
매우 한가하고 쓸쓸함을 쿨하게 즐기던 나는 남아도는 시간을 그나마 조금은 보람차게 보내보고자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이란 봉사활동은 주중이건 주말이건 모두 참여하고 있었고, 당시 나의 제2의 고향, 단풍국- 캐나다에서 온 사람이라면 무조건 양팔을 벌려 환영하고 제일 친한 베프로 만들기 위해 나의 남아도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었다.
- 그중 한 명이 바로 K다.
한국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제 막 한국에 온 지 두 달이 되었다는 그는 겉모습만큼은 누구보다 한국인이었다.
농담을 해도 진지하게 들리는 중저음 목소리에 뿔테 안경과 깔끔한 머리 스타일 그리고 서글서글한 미소의 그의 첫인상은 보자마자 내 마음에 쏘옥 들었다(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첫눈에 반했다기 보단 친해지고 싶은 인상이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좋아하는 한국 여사친이 있었다.
그는 그녀가 그를 알아봐 주기를 조급하고 수줍고 또 애타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의 crush에 대한 그의 고민을 들으며 오히려 순수한 순정파의 그의 감성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어느 날, 그가 유난히 매우 괴로워하던 그날 위로하듯 그에게 말했다.
"만약 네가 좋아하는 그 친구와 잘 되지 않으면 나랑 데이트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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