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 1
K와의 연애 그리고 결혼생활, 육아생활에 대해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한 거나 다름없기에 '너무 자랑 같은 글 하소연 같은 글은 남기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 오랜만에 그와 투닥거린 후 그가 내 남편인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먼저 결혼한 지인들이 연애상담을 할 때마다 해준 얘기들이 있다면,
연애할 때 느꼈던 그의 단점이 결혼해서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연애할 때나 결혼 후 별로 달라지는 것 없이 같은 것으로 싸우게 된다라는 말이었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속으로는 '아냐, 우리 K는 내가 서운해하고 속상해하면 노력하는 스타일이니까 결혼해서는 같은 일로 싸우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을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혼한 후, 내가 K의 단점으로 봤던 부분이 더욱 부곽(?)되었고 (아마도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를 하며 보이던 단점을 매일 봐서 일까??) 부딪히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잦아지게 되었다.
-제목은 그를 사랑하는 이유인데 그의 단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 점점 글을 쓰는데 이 글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K 역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아마 매일 보면서 나에게 안 보이던 단점.. 본인이 싫어하는 부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자주 더 자세히 가까이서 보게 되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쌓이고 덮이고 했을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연애 때 보다 더 자주 더 치열하게 다투었다. 뭔가 서로 다른 점이 있고 서운한 점이 더 자주 발견되고 더 자주 티격 거리는데 더 돈독해졌고, 왠지 모르게 그가 더 좋았다. (이상한 현상이었다)
왜 그가 나한테 서운하다고 말하고 내가 그에게 서운하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그가 더 좋고 마음이 따땃해졌을까? (변태인가?)
혼자 왜 그런지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마 그건 내가 자라온 환경 때문이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언제나 엄마는 우리에게 참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가르치셨다. 그래서일까 언니도 나도 서로 참으면서 이해하면서 컸다.
일평생 크게 싸운 것이 다섯 번 정도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언니가 싫어하는 일이면 미리 하지 않았고,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언니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어 투닥거리며 싸울 일이 많지 않았다. 불편하고 화나는 상황이 있더라도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게 서로 이해하며 넘어가는 일들이 많았다.
또 내가 커오면서 봐온 우리 부모님이 다투실 때의 모습은 어느 가부장적인 집안의 모습과 비슷했다. 아버지가 잘못해도 큰소리치면 땡이었고, 어머니는 엄마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많이 참으셔야 했다. 두 분이서 말싸움이라기 보단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뭐라 하고 소리치는 상황이었고, 어머니가 많이 참으시고 인내하는 그런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대부분의 모습이다.딸로서 정말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엄마 대신 화가 나는 일들도 불공평한 일들도 너무 많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는 결혼생활에서 갈등 상황이 있을 때 내가 어떻게 풀어나가는 성격일지 궁금하면서도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자라온 환경이 많은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연애 시절 처음으로 K에게 서운한 상황이 있었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참고 참고 참다가 장문의 문자로 속상한 마음에 대해 장황하게 그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
사실 말싸움, 갈등 이런 상황에 자주 놓여보지 않아서 화가 나면 말이 나오지 않고 그냥 머리 회로가 굳어버리는 성격이라.... (더욱이 영어로 마음을 전달하고 왜 서운한지 설명하려고 하니 몇 배 더 말을 꺼내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를 만났을 때 얘기하지 않고 문자로 내 서운한 마음을 전달한 것이었다.
K는 서운한 것이 있건 고마운 것이 있건 중요한 대화는 꼭 무조건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서운한 마음에 장문의 문자를 보내면 야근을 하건 저녁 약속이 있건 그 후에 집 앞으로 찾아와서 나를 만났다.
그리고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싶어 했다.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되어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표현하고 설명하는 게 어렵다고 하니, 괜찮다고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며 천천히 설명할 수 있도록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들으며 기다려줬다.
바보같이 서운했던 걸 얘기하려고 하면 꼭 눈물이 펑펑 나서 눈물 콧물 주룩 다 흘리며 집 앞에서 그렇게 한참을 서운한 걸 서럽게 울며 (뭐 그리 서러웠는지...) 띄엄띄엄 설명을 하면 그는 가만히 들은 후 그가 왜 그랬는지 설명하고 서운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꼭 사과했다.
그리고 그가 서운할 때 또한 마찬가지로 언제나 먼저 만나면 얘기를 했고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싶어 했다.
또 한 가지 그는 내가 얘기한 내용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았고, 서운했던 것이 그의 버릇이나 습관라면 그것을 고치려고 꾸준히 노력을 했고, 서운하게 했던 것이 어느 한 행동이었다면 같은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그랬다.
내가 하는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하는 말도 그는 하나도 대충 듣지 않았다. 무조건 기억했고, 흡수했고 또 이해해주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해하려고 몇 번이고 같이 대화하고 고민했다.
영어가 평소에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지만.. 한국말로도 말싸움을 하거나 서운한 점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어버버버 영어로 이상하게 뱉어버리는 나의 말을 열심히 듣고 '이러이러해서 속상했고 서운하다는 거야?'라고 제대로 알아들은 것인지 나에게 재확인하는 그는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만약 내가 영어를 못하고 K가 한국어를 할 수 있어서, 자신의 기분이나 의견을 한글로 띄엄띄엄 단어만 뱉으면서 얘기하면 서로 화가 나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답답하고 화가 날 거 같은데, 참 대단한 인내심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화가 나고 서운한 상황이 와도, 그는 언제나 나에게 먼저 내 기분, 내 상황, 내 의견에 대해 먼저 설명할 수 있게 했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같이 논의하고 대화했다.
기분 나쁜 감정을 나누는 것 (다투는 것)은 나쁘고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해왔는 데, K와 연애 그리고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서로 서운한 점을 얘기하는 것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서로 이해하지 못해 언성이 높아질지라도 결론은 서로 이해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내가 K와 지금까지 다투며 느낀 것이 있다면 K는 내 기분과 내 의견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이 와도 정말 상처가 될 말은 절대로 하지 않고, 어떤 말을 내뱉을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존중받는 느낌, 사랑받는 느낌 티격태격거려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한결같이 이렇게 나를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려 언제나 한결같이 노력하는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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