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인 건가 순수한 건가?
결혼하는데 천만 원 정도면 되는 것 아니냐는 나의 물음에 K는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 잘 몰라서 이렇게 저돌적으로 결혼하자고 한 것이었을까?'
근데 사실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원하는 것은 딱 하나, K 였다.
그래서 그런지 신혼집,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일명 스드메로 불리는 것을 준비할 때 드는 비용,
웨딩홀 예약할 때 드는 비용 반지 비용 등
결혼식을 진행하기 위해, 결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참 어리석었던 것 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너만 있으면 돼!"라는 마음 상태로 어떤 결혼식을 원하는지
어떤 드레스를 입고 싶은지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와는 달리
어렸을 때부터 어떤 홀에서 결혼하고 싶고 어떤 반지를 주고 싶었는지
생각을 해왔던 K는 나의 도발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나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K는 백화점 엘리베이터 앞
휴식할 수 있는 공간에 놓여 있는 패션 잡지 중 하나를 들며
열심히 반지 메이커 광고를 찾았다.
그중 까르띠에 광고를 찾아냈고,
제일 심플해 보이는 디자인의 반지를 보여주며
이렇게 심플하고 간단한 디자인의 반지조차 이런 가격이다!
라며 나에게 간접적인 충격요법을 선사했다.
뭔가 머리가 띠용 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까르띠에 반지를 원하거나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결혼할 때 들거란 예상 비용과 너무 달랐다 ㅋ
K는 막 웃으면서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요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라며
처음에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K를 만나기 전에 워낙 YOLO족으로 인생을 살아왔기에
모아둔 돈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결혼 자금으로 정해둔 돈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K에게 결혼하자고 한지 모르겠다.
지금에서 생각난 거지만 만약 이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K를 부모님께 먼저 인사시킬 것 같다.
왜 그랬는지 웨딩홀 예약하는 게 뭐가 그리 급했는지 웨딩홀 선택 다하고 예약 다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요즘 웨딩홀 예약 경쟁이 너무 심해서 미리 예약하는 게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미리 언질이라도 드릴걸
부모의 입장이 돼서야 느끼는 거지만.. 결혼할 거라 통보하듯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상처가 크셨을 것 같다 ㅠ
어쨌든 부모님이 이해해주시고 아기도 안 낳고 시집도 가지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던 내가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에
부모님이 다양한 방면으로 많이 서포트해주셨다.
(정말 결혼 준비 과정에 부모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특히 내 세포 반쪽 언니는 한국말을 못 하는 K가 프러포즈 반지를 구할 수 있도록
본인의 주말 시간을 투자하여 운전해서 이곳저곳 같이 다양한 곳을 데려가 줬다고 한다.
통역도 해주고 정말 언니에게 평생 잘해야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결혼 준비로 바삐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생겨 우리 결혼 계획에 문제가 생기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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